1. BERSERKER MTL RTA 

국내외에서 버서커 MTL RTA가 입호흡기로써 한창 큰 호평을 받을 때 저는 다소 회의적이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2.5파이 코일에 비해 너무 넓은 윅 홀과, 그에 반해 지나치게 좁은 쥬스홀 탓에 기괴한 위킹 방식이 등장할 정도로 간편한 위킹이 어렵다는 점이 첫번째, AFC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두번째, 침니와 챔버 분리형이라는 것이 세번째, 그리고 남들이 많이 쓰니까 괜히 쓰기 싫어졌다는(…)게 마지막 이유였습니다. 버서커 미니를 통해 일체형 챔버 등으로 개선된 부분이 있긴 했지만 나머지 단점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간혹 빌려 쓰긴 했어도 제 돈 주고 살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제가 1.5 버전을 구매한 이유를 직관적으로 추리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만 고치면 샀을텐데'하는 본질적인 단점들이 빠짐 없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맛표현이나 흡입감에서 상위 티어로 평가되는 버서커를 굳이 안 쓸 이유가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후속작에 붙는 통상적인 2가 아니라 버전 1.5로 네이밍된 이유는 이런 기존 단점을 극복하고 그 이외의 변화는 크게 없는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외형에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버전 2로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사업자의 양심인지 추후 나올 수도 있을 버전 2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마케팅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컬러 : SS, 건 메탈, 매트 블랙, 레인보우 

SS, 24*48mm(센터핀 제외), 32mm(드립팁 제외), 63g

액상 용량 : 2.5ml(유리) / 3ml(메탈)

드립팁 내경 : 3mm(기본 드립팁) / 4mm(델린 드립팁)

침니 내경 : 3mm

덱 에어홀 : 3*1mm

AFC : 1.0mm / 1.2mm / 1.4mm / 1.6mm / 1.8mm

M4*3mm 일자나사

드립팁 오링(굵기*내경) : 1*5mm(기본) 1*6mm(델린)

탑 캡 상부 오링 : 1*6mm, 1.5*19mm

탑 캡 하부 오링 : 1.5*16mm 

덱 오링 : 2*19mm

AFC 오링 : 1*13mm

액세서리 : M4*3mm 십자나사 한 쌍, 일자 드라이버, Ni80 φ2.5 0.7Ω 퓨즈드 클랩튼 코일 한 쌍, 오링 : 1*5, 1*6(2), 1*13(2), 1.5*16, 1.5*19, 2*19

상품 홍보 사진에서는 기존 버서커처럼 리필 탑 캡과 챔버를 분리할 수 있는 것처럼 되어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팀 일 안하냐? 

히트 싱크 처리가 되어 있는 SS 드립팁에, 체결할 수 있는 3mm 내경의 울템과 검정 델린 상부 파츠가 기본 제공되며, 그보다 내경이 더 넓은 4mm 내경의 검정 델린 드립팁도 함께 옵니다. 드립팁이 생각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물론 미적 측면에서도 아름답다고 봅니다.

용도와 기분에 따라 세 가지의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상부 파츠와 드립팁은 나사산으로 결합되는데 결합과 분해 모두 수월하며 체결만 잘 하면 틈 사이로 액상이 새거나 결로가 맺히는 일은 없습니다. 입술이 섹시하게 두꺼운 편이라 물었을 때 SS 부분에 입술이 닿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고, 무는 느낌이 좋기만 하더군요.

드립팁 아래쪽에 개미지옥같이 사선 처리를 해서 올라오는 증기가 효과적으로 모여 올라갈 수 있게, 그리고 잔여 증기는 다시 아래로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게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래에 히트 싱크 처리가 된 델린 드립팁인데 이건 솔직히 별로라서 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두 드립팁 모두 오링 사이즈가 적절해서 적당한 반발감을 가지며 무화기에 체결 및 분해됩니다.

전작에서 만화 <베르세르크>의 심볼을 채용한 것과 반대로, 챔버에 아무런 각인 없이 메탈 경통에만 Berserker를 뜻하는 BSKR 모델명을 새겨놓았는데, 보통은 글자 각인이 추노마크와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서 싫어하지만 디자인을 워낙 괜찮게 해서 마음에 듭니다. 훌륭한 제품은 이렇게 성능으로 승부하지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챔버는 별 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두 개의 오링으로 리필 탑 캡과의 진공을 유지하고 유입구가 넓은 게 좋은 점 정도. 침니 내경은 기본 드립팁과 마찬가지로 3mm이며, 챔버 내부는 호를 그리며 자연스럽게 좁아지는 형태입니다. 

덱은 흔한 GTA 덱으로, 코일의 모양에 맞게 길게 늘린 덱 에어홀이 인상적입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가 균일하게 코일을 타격해 풍부한 맛표현을 낼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덱 에어홀은 3*1mm입니다.

나사 사이즈가 입호흡기에 통상적으로 쓰이는 규격보다 다소 큰 편인데 특수코일 체결 시에도 용이하라고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여분으로 같은 규격의 십자 나사를 줍니다. 무화기를 구매할 때 여분 오링이나 나사를 대량으로 구비해두는 예민충이라 나사를 더 구매하고 싶어 찾아봤는데 국내 몰이나 패스트텤, 알리익스프레스 등 충분히 있을 법한 사이트에서 동 규격의 나사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링은 많이 주니까 구매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나사는 소모품의 개념에 가까워서 구하지 못한다는 게 별로 기분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아주 게갓에

코일 다리가 빠져나오는 곳과 챔버가 체결되는 곳 사이의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보통 이렇게 공간이 협소한 경우 와이어를 신경써서 잘라주지 않으면 챔버와 와이어가 닿아 쇼트가 나기 쉽습니다. 버서커 1.5의 경우 코일 체결부 옆에 다리를 감을 수 있는 공간을 내서 이 불편함을 해결했습니다. 센스 만점이네요!

윅 홀은 2.5파이 코일을 사용했을 때 솜이 아주 적절하게 들어갑니다. 윅 홀 입구뿐만 아니라 아래에까지 솜이 모양을 잡고 빠져나올 수 있게 공간을 냈기 때문에 위킹 역시 대단히 쉽습니다.

밋밋한 외관과는 다르게 덱 하부에는 온갖 장난질을 다 쳐놨는데 심지어 유튜브 채널 주소까지 있군요! 체결 시 안 보이는 부분이라 다행입니다.

AFC 분리와 체결은 무리해서 힘을 주지 않고 쉽게 분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더 이상 AFC를 분리하다가 덱이 쥐대공미사일처럼 발사되어버리는 참극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합니다.

센터핀은 충분히 튀어나와 있어 멕모드에 사용 가능합니다.

2. 빌드 및 감상

단일 칸탈 26awg φ2.5 0.77Ω, 1mm AFC, 무지 코튼, 3.7v

동봉된 특수코일 대신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평소 사용하던 세팅으로 빌드했습니다.

나사를 조인 뒤 약간 힘을 주며 빠져나온 와이어를 감은 뒤 잘라줍니다.

솜은 핀셋으로 짚은 부분, 안쪽 오링을 경계로 컷팅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닥에 정확히 닿습니다.

덱 나사산 아래 윅 홀로 솜이 아주 적절하게 뻗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용한 액상은 애플코블러입니다. 요즘 주력으로 먹고 있는데 겨울에 먹기 아주 좋은 사과파이 맛의 과일 액상입니다.

빌드는 너무 쉽습니다. 입문자에게 적극 권장해도 될 정도의 난이도이고 솜 양에도 민감하지 않습니다. 흡입압을 강하게 해도 압력으로 인한 누수가 나지 않아요. 덱 바닥에 닿기 위해 요구되는 솜 양이 적기 때문에 유입 속력도 괜찮아서, 지나치게 흡입압을 강하게만 하지 않는다면 연타나 장타에도 유리합니다.

통상적인 입호흡기에서 1mm AFC는 적당히 타이트한 흡입감을 주는 편이었는데, 버서커 1.5의 1mm AFC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타이트한 흡입감입니다. 비유하자면 비 오는 날씨에 습기를 먹어 눅눅하고 빡빡해진 연초 필터를 빠는 느낌. 너무 안 빨려서 타이트 이상으로 다소 답답하다고도 느낄 정도입니다. 모든 내경의 AFC에서 만족할만한 '입호흡기로써'의 흡입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피리소리 역시 없습니다. 그간 좋다고 평한 무화기들에서조차 모든 AFC를 이렇게 유의미하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액상이나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조절해서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모드에 체결했을 때 AFC 조정 역시 수월한 편입니다. 스토퍼가 있기 때문에 모드 체결과 탈착 역시 용이이이합니다.

가장 중요한 맛표현은 대만족입니다. 액상을 그냥 마시는 것처럼 아주 진하고 촉촉합니다. 특정 향료의 맛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풍부하게 올려줍니다. 타이트한 흡입감에 더해 묵직한 맛이 함께 하니 이 이상 좋을 수가 없네요.

3. 결론

장점

쉬운 빌드

대용량

간결한 디자인, 부품 구성과 구조

추노마크 없음

플레이버 몬스터

타이트한 흡입감

장타와 연타에 유리한 적은 솜 양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다양한 드립팁

혜자스러운 액세서리

흡입압으로 인한 누수 없음

단점

여분 나사를 구하기 어려움

구체적인 재질 표기가 없음

글 서두에서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언급했듯 전체적인 구조, 맛표현이나 흡입감 등에서 버서커 1.5가 전작에서 크게 바뀐 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크게 바뀐 점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전작이 훌륭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죠. 기존 버서커의 단점을 유의미하게 체험했던 기존 유저나, 걱정이 되어 구매하지 않았던 분들, 그리고 RBA를 입문하는 베이퍼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으며, 개인적으로도 2018년 입호흡 무화기를 하스터 미니로 종결한다던 이전의 말을 번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