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이치프로(Ehpro)는 2011년 설립된, 비교적 오래된 전자담배 브랜드입니다. "창의적이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꾸준하게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왔습니다. Ehpro에서 발매한 Bachelor나 Billow 시리즈는 제가 이 브랜드에 관심이 없고, 해당 무화기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 때 제가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한 번쯤은 들어 본 이름들입니다. 그 정도로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브랜드라는 의미겠죠. 최근 출시한 Mod 101 Pro와 Armor 모드, 싱글 폐호흡 RTA인 Bachelor X와 리뷰하게 될 True MTL RTA 역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진짜 쓸데 없는 얘긴데, 지금까지 브랜드 이름을 에프로, 또는 이프로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에이치 프로로 읽는 게 맞더라구요.

아무튼 트루 MTL RTA는 Ehpro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입호흡 RTA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영국의 전자담배 마켓이자 자체 브랜드인 NatureVape와 협업했으며 발매 당시 간편한 슬라이딩 캡 구조(=적은 부품 수), 간편하면서 신박한 빌드 덱, 심플한 디자인 등으로 좋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어 구매하진 않았는데, 이 제품 역시 공머생님께서 리뷰를 위해 흔쾌히 지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반 글래스(2ml)와 버블글래스(3ml)를 체결한 모습입니다. 이상한 음각 무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실 텐데 각 슬라이딩 탑 캡과 AFC를 조절하기 위한 장치이자 미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예쁜 디자인은 아닌 것 같고 실용적이긴 하네요. 

공홈에는 센터핀과 드립팁 포함 길이가 41.5mm라고 되어 있는데 직접 재보니 센터핀 제외, 드립팁 포함 길이가 41mm입니다… 일해라 CS팀…. 근래 소형화되는 무화기의 추세에 맞춰 굉장히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었으며 실제로 보면 아주 작고 귀엽습니다.

드립팁은 아크릴릭 재질에, 입호흡에 적당한 3mm 내경입니다.

탑 캡은 돌려서 개폐할 수 있는 슬라이딩 방식인데, 시계방향으로 열립니다. 이거에 대해서 할 말이 좀 많은데… 일단 잠그게 되면 실리콘 씰이 유입구를 덮게 됩니다. 이 부분을 가장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쉽게 열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실제 해외 사용자들 리뷰를 봐도 '나 주머니에 이거 넣고 막 굴렸는데 하나도 안 샘'같은 말들만 있었구요. 특히, 덱과 챔버를 분리할 때 반시계 방향으로 열게 되는데 이 때 실수로 탑 캡을 잡더라도 같이 열릴 일이 없어 좋습니다. 세척과 건조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어요. 사진으로만 봤을 땐 실리콘 때문에 일체감이 떨어져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이게 오링으로 고정되는 건지 그냥 실리콘의 반발력으로 고정되는 건지도 궁금했는데 뜯어볼 수가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네요. 

다만 액상 유입구가 작은 편이라 일반 약국 공병은 유입구 주변에 액상을 조금 흘리게 됩니다. 뾰족 공병에 더 적합한 크기입니다.

일체형 탑 캡과 챔버는 대세를 따르는 일체형 구조입니다. 내부는 완만한 경사를 그리는 돔 형이며, 나쁘지 않은 폰트로 참트루 각인이 되어 있네요.

덱 하단에는 데시그네드 비 이에이치프로 & 나뚜르베이프 각인과 생산 넘버만 심플하게 적혀 있습니다.

AFC 링은 분리 가능하며, 그냥 반지 모양이 아니라 아랫부분이 덱 안쪽으로 살짝 돌출되어 있어 체결 시 덱을 감싼 듯한 모양이 됩니다. 스토퍼는 가장 큰 AFC에서 정확히 멈추며, 반대로 돌렸을 때 가장 작은 AFC를 지나 모두 막힌 상태에서 멈춥니다. 덱을 AFC가 완전히 막아주는 게 아닌지 모두 막고 흡입했을 때 흡입이 되긴 합니다만, 실사용에서 모두 막는 것을 권장하진 않습니다. 압력으로 인해 300% 누수납니다. 

AFC는 각 1 / 1.2 / 1.4 / 1.6 / 1.8mm입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카이푼 스타일 덱이고, 덱 가운데의 에어홀이 봉긋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과유입이 되었을 때 액상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다시 덱으로 흘러가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이 덱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바로 클램프 스타일도 겸하는 덱이라는 것입니다.

빌드는 크게 어렵지 않으나 와이어 커팅과 위킹이 번거로운데 커팅하는 곳과 챔버간의 거리가 굉장히 짧아 신경 써서 커팅해주지 않으면 쇼트납니다. 또한 윅 홀이 개방되어 있어 액상을 묻힌 다음 솜을 정리해주어야 하는데 핀셋에 액상 묻히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손이 조금이라도 더 가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감점요소입니다. 

아무튼 그것 외에는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덱이 크고 아름다워서 스페이싱 코일도 무난하게 체결할 수 있어요. 코일이 흉하게 말린 건 못 본 걸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맛만 좋으면 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진에서 표시한 부분에서 솜을 커팅한 후 숱을 쳐서 길이를 늘려 정리해주면 됩니다. 솜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뭉치는 부분도 있고, 윅 홀 자체가 작아서 솜 양을 적게 해 주어야 좋더라구요.

가장 작은 AFC에서의 흡입감은 생각보다 타이트하지는 않으며 하스터 미니보다 살짝 널널한 정도인 것 같습니다. 버서커 3번째 에어홀과 비슷한 느낌? 그렇다고 아예 널널한 건 아니지만 타이트한 흡입감을 기대하신다면 이 무화기는 패스입니다.

또한 개체차인지는 모르겠으나 베이핑 시 미세하게 거슬리는 휘슬링이 있었습니다.

다만 맛표현에 있어서는 상당히 만족했는데, 버서커처럼 '찐'은 아니지만 진하고 촉촉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괜찮네요.

뭐 전체적으로 무난무난한 무화기인데 실사용하면서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사진을 다시 위로 올려서 보시면 덱이 아래로 조금 파여 있습니다. 액상 저장량을 늘리기 위한 시도로 보이는데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액상이 거의 남지 않았을 때 잔량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웠어요. 개인적인 불만이므로 단점이라고 하긴 뭐하고 그냥 아쉬웠습니다.

총평하자면… 무화기의 구조와 기능이 갈데까지 가버린 상황에서 여러가지 시도로 차별점을 두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음 이거 괜찮네, 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체감되어서 더 좋았구요. 아쉬웠던 점들(윅 홀, 액상 유입구)만 보완된 상태였다면 흔쾌히 새 제품을 구매했겠지만 그렇지 않고 아쉬운 점이 다소 크게 느껴져서 그냥 괜찮다! 무난하다! 정도로만 결론을 내려야겠네요. 디자인이나 구조적 특징 등이 마음에 드셨다면 구매하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점

저렴한 가격(20달러 초반)

간단한 구조

쉬운 빌드

다양한 종류의 코일링 가능

가격에 비해 뛰어난 마감과 완성도

버블글래스 기본 제공

플레이버 체이서

단점

타이트하지 않은 흡입감

불편한 위킹

너무 작은 액상 유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