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시 이순영 어린이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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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엔 이정도면 천재수준?
내가 쓰는 글은 쓰레기로 보임..
같은 언어인데 그 언어를 가지고 노는 사람의 머리에 따라서,
얼마나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예전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독일어로는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없을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버린 괴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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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강아지>
우리 강아지는 솔로다.
약혼 신청을 해 온 수캐들은 많은데
엄마가 허락을 안한다
솔로의 슬픔을 모르는 여자
인형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는 침이 묻은 인형을 버리려한다
정든다는 것을 모른다
강아지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있다
외로움이 납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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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
사람들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표범
맹수지만 사람에게 길들여져
자기가 누군지 잊어버린
이제 더 이상 고개를 들 수 없겠네
무엇이 기억나는지
눈 밑으로 눈물이 흘러 생긴 삼각형
얼굴은 역삼각형
눈물과 얼굴이 만나
삼각형이 되어버린 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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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어둠은 빛난다
긴 혓바닥을 내밀고
뿔을 어루만진다
왈왈 짖어댈 때마다
현실이 뒤집어진다
아름답게
부럽게
어둠은 무엇이든 다 만든다
그리고 모른 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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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를 잘 쓰는 이유>
상처딱지가 떨어진 자리
피가 맺힌다
붉은 색을 보니 먹고 싶다
살짝 혀를 댄다
상큼한 쇠맛
이래서 모기가 좋아하나?
나는 모기도 아닌데
순간 왜 피를 먹었을까
몸속에 숨어 사는 피의 정체를
알아보려면
상처딱지를 뜯고 피를 맛보아야 한다
모기처럼 열심히 피를 찾아야 한다
모든 시에서는 피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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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건
이끅이끅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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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뭔가 색다른 느낌이네요~ |
조천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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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시 인가요? |
그랑엑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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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백리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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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기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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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사밑에 어린이 시집 甲 글에 있는 동시를 만든 어린이의 다른 시 입니다. |
KenOH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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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린이에게서 나올 수 있는 감성인가요;; 워... 놀랍네요;; |
훌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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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바라보는 시점보다도 그걸 표현해내는 언어능력이 진짜 대단하네요 -_- |
원가절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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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크면서 평준화되지 말아야 할텐데요. |
그랑엑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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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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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절감전적으로동감합니다
평준화가제일무섭지요 여기계신모든 성인분들 저나이에 문학적인부분 이외에도 엄청난 재능이있었을겁니다 |
의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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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멀리
절대 뒤돌아 보지마라 |
원가절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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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엑쥐알고있습니다. 딱 그부분만 봤을땐 소시오패스지만 전체적으로봤을땐 특출난 아이입니다. 그런데 어릴땐 누구나 특출나죠. 크면서 평준화된 교육을 받고 강요당해서 평범한 사람이 완성되는겁니다.
제가 너무 진지했나요. |
그랑엑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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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베입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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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감성과 언어의 능력이 있네요.. 섬찟하리만큼 놀랍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