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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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초 16년차 (중간에 금연 4년 제외) 골초 N 전담 2주차 초보 입니다.
IT 부문에서만 계속 일해 왔었고, 분석은 몸에 배어 있는 공돌이라서 전담으로 넘어가기 이전부터
딴에는 웹서핑도 하고 각종 자료와 글들도 찾아 봤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뭐랄까..
새로운 시스템이나 개발환경이 릴리즈 되었지만, 아직은 명확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 않고 메뉴얼이나
기술 문서, 레퍼런스도 부족한. 그럼 느낌이네요.
이런 상황 속에서 2주 동안 제가 저질렀었던 '해서는 안될 일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새로 산 무화기 세척. 세척제 넣고 깔끔하게!! 물론, 기성코일까지.
상큼한 향, 뭔가 제대로 세척한 것 같은 뿌듯함은 플러스.
액상을 지져줄 코일까지 깔끔하게 세척했고, 덤으로 물까지 머금고 있으니 코일이나 솜이 타지도
않을테니. 부지런하고 깔끔한 자신에게 칭찬을.
처음에는 물맛만 올라왔지만, 몇번 뿜뿜하니 액상맛이 올라오더군요. 담배 폈을 때처럼 목구멍도
자극해 주고, 이대로라면 금연도 문제 없을 것 같네요.
... 그런데, 다음날 저녁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어렸을 때 먹었던 달고나 (저희 동네에서는 '뽑기'
라고 불렀었던) 맛이 점점 강해지더니, 결국 액상 맛이 거북할 정도로 변하더군요.
네,몰랐습니다.
기성코일에 물이 들어가면 쥐약이고, 결국은 코일내부로 액상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게 되고, 코일이
타버리거나 맛이 간다는 걸..
- 전자담배도 담배. 연속 뿜뿜 + 쭈우욱~~ 길게.
2주전 까지만 해도 담배를 폈었고, 전담으로 넘어온 계기도 금연을 위해서 였습니다.
뭐, 그 계기는 얼마 전부터 디립따 큰 각종 보기 싫은 사진들이 그려져 있지 않은 담배를 찾기가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였구요.
액상. 어쩜 이리도 맛있는 것들이 많은지. 거기다가 담배처럼 독하지도 않고.. (아쿠아5 사랑했었다)
무화기 2ml 경통은 부족해서 4ml 확장, 사무실 책상에도 미니경통에 액상 남아 넣고 만반의 준비를.
... 으으으.. 목도 따갑고, 코도 따갑고,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뜨거워진 드립팀에 입술 안쪽도
데미지 먹고. 결국 코일까지 2일 만에 교체.
네, 몰랐습니다.
연타, 장타. 내 몸과 기기에 얼마나 무리를 주는 지를 몰랐습니다.
- 부족하기만 한 2ml 경통, 액상은 가아~득 ! 넘칠지 모르니 에어홀은 최대 개방!
액상통에 달린 스포이드로는 세밀한 조작에 무리가 있어서 바늘 공병을 구해서는,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듯이 만땅으로 채웠습니다. 거기다가 압력 때문에 액상이 넘칠까봐 에어홀도 최대 오픈해구요.
'내부 압력 때문에 코일 안쪽으로 액상이 밀려 들어갈테니, 금새 괜찮아 질거야~'
그런데, 뿜뿜할 때 그르륵 그르륵, 액상은 입안으로 마구 마구 튀어오고.
거기다가 다음 날 일어났더니, 액상이 흘러나와서 방안에는 온통 액상의 강한 향기가 가득 하더군요.
네, 몰랐습니다.
액상을 채울 때에는 에어 포켓이 만들어 지도록 여유를 둬야하고, 내부 압력 유지를 위해 에어홀을
꽉 닫아 주고 탑캡도 꽉 조여줘야 한다는 걸.
- 죄다 맛있어 보이는 액상들. 모조리 맛을 봐 줄테다.
온라인으로 열심히 액상 리뷰를 찾아보고 미리 구입 대상을 선정해 두는 치밀함! 칭찬해~
사무실 근처 샵에 가서 이것저것 맛보기 뿜뿜.
우잉? 입과 코에서 죄다 향이 뒤섞여 버려서 뭐가 뭔지 모르겠네 ?
우쒸이.. 할 수 없다. 리뷰에서 필 받았었던 녀석으로 구입하자.
집에 와서는 기대에 가득하서 뿜뿜.
.. 뭐. 뭐..뭐지이 ? 이 심심한 맛과 비릿한 뒷맛은 ?
네, 몰랐습니다. 아니 생각이 짧았습니다.
향수 고를때는 탑노트 미들노트 바텀노트 꼼꼼하게 챙기고, 3개 이상 시향했다 싶으면 밖에 나와서 바깥 공기
마시면서 옷자락도 펄럭펄럭~ 향을 날려 보낸 다음에 다시 들어와서 시향을 계속했었는데, 왜 그랬는지.
오히려, 기화된 액상이 혀, 입안, 코, 비강, 인후을 골고루 코팅해 주고. 거기다가 온갖 녀석들이 자기가 더
잘났다고 소리치고 있었는데. 최소한 물이라도 마시면서 행궈냈어야 하는 것을.
- 새로운 무화기 영입, 코일도 못보던 녀석. 그렇지만, 코일에 적정 와트수가 적혀있으니 걱정 무.
네, 몰랐습니다.
모두들 적정 와트보다 조금 낮게 설정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걸
제조사에서 얘기하는 적정 와트는 액상은 맛있게 뿜뿜해 주지만,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코일을 보내주고
새코일을 장착하게 해 준다는 것을 말이지요.
위에 적은 것들 말고도..
피코 펌웨어 업그레이드 하고 프리히트 기능에 혹해서는 무지막지하게 온도랑 타임 설정해서 코일 태워 먹기.
니코틴이 부족하다 생각되서 이번에는 조금 더 넣어보자 하고선, 하필이면 맨솔 계열에 니코틴까지 더 넣었다가
콜록콜록 눈물 줄줄 물 벌컥벌컥 하기.
모드기기 하나 더 구입했다고, 무화기 골고루 올려서 시험하면서 이전 무화기 설정으로 뿜뿜하면서 좋아라 하다가
코일 사망시키기.
힘조절도 안되는 인간이 액상 주입한다고 무화기 열다가 부품별로 자동 분해 & 남아 있던 액상은 공중으로 비산시키기.
무화기 체결한 채로 액상 주입하고 뚜껑 닫다가 삐끗 & 기기는 액상으로 찬란하게 코팅시키기.
영하 12도 강추위에 코트 주머니에 넣고선 쿨링시킨 채로 돌아다니다가 뿜뿜하고선 탄내 작렬 체험하기.
공병에 따로 담아 뒀던 액상. 힘조절 못해서 공병 뚜껑 발사! 책상위에 있던 서류들 몽땅 폐기시키고, 한겨울에 창문
오픈하기.
이제는 사고치지 말자. 액상 바꿔도 몇번 뿜뿜하면 괜찮아 진다고 했어. 바닥에 조금 남았으니 이제 다른 액상 넘으면 괜찮아.
으으으으.. 포도맛 것두 불량 포도 주스맛이 계속해서 먼저 치고 올라와선 캐슬롱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참사 경험하기.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덜 깬채로 뿜뿜하려다가 드립팀에 이랑 입술을 동시에 타격하기. 뭐 덕택에 잠은 홀딱 깼지만 서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했던 이력을 적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 졌네요.
오늘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결국 저질러 버렸던 것들의 리스트는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전담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괜찮지만
전담으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께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까 싶어서 써 봤습니다.
2주간 경험한 전담이었지만, 이미 충분히 사고치고 뒷처리 하느라 바빴네요.
그렇지만, 그런 경험을 충분히 상쇄시킬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그렇게나 힘들었는데, 이제는 알람소리에 바로 기상!!
그럼, 모두들 즐거운 베이핑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31건
BuYoGyOuChEaPsHiT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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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돌이 흉내내는 공돌인건가 아 헷갈려요...걍 연초 끊으시고 즐벱!홧팅! |
vapekoo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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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맞나요?
엄청 파란만장한데요? 눈 앞에 선히 그려지는 당혹과 멘붕의 상황에 웃고 갑니다..ㅎㅎ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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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oGyOuChEaPsHiT^^ 컴공 전공이지만, 연구소 있었을 때도 명함주면 모두들 한번씩 묻더군요. 명함 잘못 준 것 아니냐구.
그리고, 격려 감사드립니다. |
ApplePi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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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분이신가바요 반갑습니다~
실수들을 속성으로 겪으신것 같네요ㅠ 자주뵈어요 !! |
BuYoGyOuChEaPsHiT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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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벨만남들 2달정도가 도벨만님은 미리 공부하고 연구하셔서 2주만에 kia~역시 사람은 배워야 ㅎㅎ 담배는 피지마셔요 여기서 실패하셔도~~~전 반년째 성공중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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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pekoo네, 카메라도 그랬고 미니벨로 그랬고.. 단기간에 기본기 습득에는 강하네요.
지금도 그레이브 바인의 찌꺼기 향과 캐슬롱이 뒤섞여서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스모킹보다는 베이핑이 훨씬 즐겁네요 |
kray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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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남기고 갑니다 ^^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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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Pie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개발은 나의 길이 아니라는 걸 대학 2학년 때 깨달았기에..^^
그렇지만, 아직도 새로운 개발환경과 시스템은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베이핑에는 개발쪽이나 공대 출신들이 더 매력을 느낄만한 부분들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네요. |
꽃남방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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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글은 추천이죠!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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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y추천 감사드립니다.^^
액상 뒤섞여서 머리도 아프고, 미팅도 갑자기 연기되서 시간이 비던 차에 글을 써 봤는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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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방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다른 분들은 이런 일들을 겪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
뙈랑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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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Pie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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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벨만개발관련 일을 하고있지만, 이공계 남녀노소 할것없이 이벱에 오셨다면 자꾸 지르게 되실거에요...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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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뙈랑이ㅎ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오늘 드립팁이랑 무화기 방열판 주문했습니다. 물 3리터로는 부족한 듯 해서요. P.S. 수염!! 정말 잘 어울리세요~ 저도 잠깐 길렀었지만, 이래저래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포기했었네요. |
hanzo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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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3갑님의 부하직원이신가요?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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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zo1음..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질 않아서..
혹시나 제가 아는 분이라고 해도, 최소한 제가 부하직원은 아닐겁니다.^^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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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oGyOuChEaPsHiT아이고..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 입니다.
다만, 이노무 조사 분석 성향은 거진 직업병이라, 아들 녀석도 이런 저를 구박한답니다.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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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oGyOuChEaPsHiT반년째 금연!! 축하드리며, 금연은 평생 이어 나가시길 기원 드립니다.
저도 건강이 악화되서 4년 넘게 금연했다가, 결국 다시 담배를 손에 쥐게 되었었지요. 주위 사람들에게 이랑 발톱 드러내는 것보다야 내 몸 하나 축내는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핑계로.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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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Pie힘들고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계속 공부해야 하는 개발 업무이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네요.^^
그리고, 지름질은 이미 시작되었고, 네이버페이 장바구니에만 벌써 80여개가 쌓여 있더군요. |
꼼탱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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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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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탱이네, 지금은 모르는 것 궁금한 것들이 잔뜩 있고, 갈수록 더 쌓여 가네요 ^^ |
꼼탱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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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헤르미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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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입니다..2년에 걸쳐 배운걸 2주에 습득하셨으니 이제 입문은 아니고 중수입니다!! |
히딩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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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글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
hanzo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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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벨만http://evape.kr/bbs/board.php?bo_table=free&wr_id=1233875&page=2
오늘 올라온 글입니다..ㅎㅎ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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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헤르미나격려에 감사 드립니다.
오늘은 퇴근해서 액정 주입하다가 손에 묻은 걸 깜박하고, 키보드 마우스 핸드폰 문손잡이 골고루 묻혀 버렸네요. 이상한 냄새에 제 방에 들어온 아들은.. '우잉? 웬 이상한 병들이랑 플라스틱 병, 네모난 저건 또 뭐야? 왜? 급조폭발물이라도 만들려는 거야?' 라고 하더군요.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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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감사합니다~~^^ |
나이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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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드 시작하시면 많이태워먹어도 부담안되실꺼에요 ㅋㅋ 생각보다어렵지도않아요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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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리빌드는..
제 성격상 무쟈게 파고 들어가게 될 것을 뻔히 알고 있기에. 나름대로 정한 한계가. 기성코일, 입호흡. 입니다. 뭐 것두 입호흡은 이미 반폐호흡으로 넘어가고 있지만요. |
나이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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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벨만리빌드... 코일말고... 코일고정... 솜끼우기... 끝이에요...ㅋㅋ 파고들면 시간투자하기좋아요...ㅋㅋ 취미로그저그만 ㅎㅎㅎ |
도벨만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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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zo1아..^^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ㅎ. 그래도 퐁퐁이 아닌 향기로운 폴리덴트에 넣어버린 걸 위안 삼아야 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