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에 사서 잘 쓰다가 슬슬 맛이 가는 것 같아서 어제 큐브로 바꿨습니다. 사실 프로를 새로 사려 했는데, 큐브가 나왔다는 걸 들어버려서... ㅋㅋㅋ

음... 일단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튼튼합니다. 진짜 더럽게 튼튼해요. 1년 동안 엄청 험하게 굴렸는데, 외부에 스크래치 나는 것 말고는 체감되는 기기 노화가 엄청 느립니다. 다른 분들 후기 보면 불량이나 누수가 있다던데 저는 신기하게도 그런 게 별로 없었습니다. 어쩌면 초기 모델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누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 주입구에서 새어나오는 게 아니라 주입하고 나면 주입구 안에 몇 방울 고이잖아요? 그게 흘러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휴지 뾰족하게 말아서 고인 것 빨아주면서 썼네요.

만약 점수를 매겨야 한다면 출력, 배터리 모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맛 표현은... 제가 많은 기기를 사용해보지 못 해서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가 없네요. 일회용으로 시작해 엑스팟 프로, 흑우 놈아... 칼리번, AVP 프로 쓰다 이제 큐브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출력 조절 기능도 괜찮고, 배터리도 짱짱합니다. 제가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하루에 1~2번 정도 충전한 것 같네요. 팟 용량도 4ml니까 충전할 때 팟도 채워줬고요.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없으면 모든 분이 이것만 썼겠죠. 가장 큰 건... 역시 코일 수명이네요. 짧아요. 솔직히 짧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긴 할 건데 제 기준은 처음 꽂을 때부터 탄맛이 나는 시점까지입니다. 하지만 온전한 맛을 느끼는 걸 중요시하는 분들에겐 진짜 짧을 거에요. 밍밍하게 느껴지는 시점이 대충... 3~4일부터? 사실 더 짧을 수도 있어요. 정확한 기억이 안 나서... 제가 하루에 2~3ml씩 먹는 편인데 솔직히 많이 하다보니 코일 값 아까워서 참고 한 거지, 못 참는 분은 당연히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큐브를 쓰면서 느낀 건데, 팟 구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팟이 얇고 넓은 형태잖아요? 팟 가운데에 코일이 있다 하면 오른쪽, 왼쪽 액상의 높이가 다른 편인데 가끔 어디 넣어뒀다 꺼내면 한 쪽에 액상이 몰리고 다른 쪽은 비어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때 모르고 연타라도 치면... 코일이 충분히 젖지 못해 탄맛이 나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 겪었을 땐 식겁했네요. 큐브는 넓은 팟의 가운데에 코일이 박혀있으니 액상이 골고루 퍼지더라고요.

무게가 다른 디바이스들의 2배 가까이 되니 무거운 걸 느낀다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래 큰 체격이라 그런 건진 몰라도, 딱히 손이 피곤해진다거나 그러진 않았으니까요. 일단 주머니에 쏙 들어가기도 했고요.

장단점이 뚜렷하긴 하지만, 전 그래도 이걸 명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기기 자체의 적절한 신뢰성과 내구도, 출력과 흡압 조절 기능에서 오는 취향 존중, 큼직한 팟과 배터리 용량까지. 베이핑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걸 권하고 싶은 수준입니다.